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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워낙에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못자는 데다가 밤새 창밖으로 들리는 이상한 소리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큰 도로가는 아니었으니 차가 다니는 소리는 아니었을 테고, 뭔소리였을까 밤새 궁금했다. 다음날 기온이 크게 떨어졌고 다음날 밤에는 그 소리가 안나는걸 보니 바람소리였던 모양이다. 피곤한 아침이지만 여행지에서까지 게으름을 피울순 없다.
벌떡 일어나 아침은 한국에서 가져간 컵밥으로 해결했다.
호텔방이 너무 좁은 나머지 아들은 침대위에서 나는 테이블 위에서 따로 따로 등을 돌리고 먹어야 했다.
“엄마, 나도 테이블에서 먹으면 안되?”
아들이 혼자 먹기 심심한지 뾰루퉁한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엄마가 침대로 갈게~”
나는 황태해장국, 아들은 미역국을 조심조심 들고 침대위에서 아침을 먹었다.


지난밤엔 밤늦게 숙소에 도착한 터라 숙소 주변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침에 보는 풍경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청명한 하늘과 아기자기한 도로, 일본어 간판, 빨간 외관의 식당,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위기의 거리 풍경을 보면서 역으로 향했다.


둘째날 첫번째 일정은 요츠야 성당이다. 일요일인 이 날, 한국어 미사가 있는 세키구치 성당으로 가고 싶었지만 아들이 일본에 여행가니 일본어 미사를 드리고 싶다고 고집을 부린다.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일본어 미사를 드리는 것도 색다른 경험일것 같아 요츠야 성당 10시 미사에 참례했다.

마루노우치선 요츠야 역에서 나와 성당으로 향하는 길,
선로가 보이는 풍경조차 색다른 느낌이었다.


요츠야 성 이그나치오 성당.

오잉~
10시 미사에 유아 세례식이 거행된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
아, 이런,,, 세례식이 있으면 미사가 길어질텐데,,,
미사시간을 1시간으로 예상하고 친구와 시부야에서 11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이런,,




일본 성가책

성서와 전례

유아 세례를 받는 아가들.

어학연수 시절에는 한국어 미사가 있는 세키구치 성당으로 다녔었다. 시골에 살다가 대도시에 그것도 세계적인 도시인 도쿄에서 가장 큰 성당에서 느낀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출입문과 제대까지의 광활함과, 크리스마스때 구유를 꾸미는 스케일 또한 엄청났다. 구유를 디자인 한 사람도 유명 건축가였고 마치 집을 한채 짓는 것 같은 규모였으니 말이다. 그때에도 가끔 시간이 안맞을때 요츠야성당에서 미사를 드린적이 있었는데, 참 아담하고 아늑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방문한 요츠야성당은 내 기억속 아늑한 느낌과 사뭇 다르게 넓게 느껴졌다. 내가 지금 한국에서 다니는 본당은 교구에서 규모가 큰 성당에 속하는데 역시는 역시인가. 도쿄와 청주를 비교할 데가 아니지.ㅋㅋ
모든건 상대적인 것 같다. ㅎㅎ

역시나 유아세례식이 있어서 미사시간이 예상한 시간에 끝나지 않는다. 아들도 전례를 알아듣지 못하니 몸을 비비 꼬으며 나가고 싶다고 난리이다. 친구에게 늦는다고 연락을 해야 할까, 성체를 모시지 못한채 나와야 할것인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고, 아들도 자꾸만 보채니 하는 수 없이 미사 도중에 성당에서 나왔다. 예전 같았으면 끝맺음 하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나와서 짜증을 냈을텐데, 왜 하필 오늘 유아세례식을 하는 거냐고 투덜 거렸을텐데, 이날은 짜증보다는 아쉬운 마음이었고 그 마음도 얼른 털어버리려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대견했다.
결혼 하기 전의 나는 어린 아이들을 그다지 예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끄럽고 무례하고 컨트롤 안되는 어쩔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다른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 변화에 나조차도 깜짝 놀라곤 한다. 아이를 별로 좋아 하지 않았는데 육아를 경험하고 나니 시야가 넓어지고 마음씀씀이도 넓어진 듯 하다.


시부야에서 오랜 옛 친구를 만났다. 어학연수시절 한국 궁중요리 식당에서 함께 아르바이트 하던 친구인 T짱이다. 도쿄행 비행기를 예약하자 마자 이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이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

여행을 준비하던 어느날 아들이 소고기로 된 돈까스는 없느냐는 질문을 했다. 아! 그러면 도쿄 여행때 규카츠(소고기카츠)를 먹어보면 되겠구나!
친구가 이 가게를 미리 알아봐 주었다. 이 가게는 여행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있는 식당인가보다. 대기도 무척 길었고 여러 나라 사람들이 가게 앞에 죽 늘어서 대기하고 있었다. 예상 대기 시간은 40~60분. 아들은 기다릴수 있다고 의기 양양 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도 아프고 지루하고 징징거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1시간 20분 정도를 기다려 자리를 안내 받았다.


규카츠 모토무라

대기하는 동안 메뉴주문을 해 놓은 덕에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이 나왔다. 우와~! 비쥬얼 군침이 싹도네!

겉은 얇게 튀겨져 나왔고 속살은 거의 레어 생고기수준이었다. 한사람앞에 각각 작은 화로가 놓여져 있고, 그 위에서 고기를 한점 한점 익혀서 먹는 방식이었다.
오마이갓~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소고기가 있다니!
기다린 보람이 있는 최상의 맛이었다.




하이볼 잔에 콜라를 따라 마시는 초딩이 ㅎㅎ
양배추 샐러드에는 손도 안댔다😑

규카츠! 친구도 나도 아들도 셋다 만족하며 먹은 메뉴였다.

이제 아들의 두번째 희망사항, 닌텐도 숖으로 가기로 했다.


시부야 하면 여러갈래의 스크램블 교차로가 유명하지만, 사람도 많고 예전에 가보았으니 굳이 복잡한 곳을 갈 필요가 없으므로 친구를 따라 지름길로 갔다.
지름길로 가다보니 이런 멋스러운 터널도 만났다.


줄서서 들어가는 시부야 닌텐도숍ㄷㄷㄷ
대기 번호표까지 뽑고 들어가야 하는 곳인데, 이날은 대기표 없이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가게 안에 인파들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들과 떨어질까봐 노심초사,, 사람들의 물결속에 몸을 맡기며 천천히 둘러 보았다.

거대 마리오 ㅎㅎ


가챠가챠 뽑기도 줄을 서야 한다.


테라스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과 카드지갑, 볼펜, 연필 등등 닌텐도 캐릭터 굿즈를 골라 담았다.
카드지갑에는 교통카드 파스모를 넣고 바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닌텐도 샵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포켓몬 센터에 갔다.
포켓몬 센터에서 포켓몬 카드를 사고 싶다고 하는 아들…
집에도 수백 수천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왜 또 사고 싶어 하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하지만 이날 이틀전에 발매된 신상 포켓몬 카드가 있어서 아들은 신이나서 포카를 구입했다. 친구들에게도 나누어 준다고 5팩이나 사는 것이었다.


포켓몬센터에서 나와 잠시 쉴곳을 찾아 카페를 갔다. 목도 축이고 걷느라 아픈 다리도 쉬게 하기 위해서다.
카페에 앉아 친구와 오랫동안 지난 회포를 풀었다.


To bo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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